





Blue Hour
2024, SP 갤러리
갤러리 SP는 이성미 작가의 개인전 《블루 아워 Blue Hour》를 2024년 10월 2일부터 11월 9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2021년 《기억의 여행》 이후 3년 만에 열리는 개인전으로 약 22점의 신작(평면 18점, 입체 4점)이 출품될 예정이다. 작가는
갤러리의 지상과 지하를 관통하는 메인홀과 여러 개의 작은 방으로 나누어진 전시 공간의 독특한 구조에 반응하여 장소 특정적인 설치 작품, <구름 Cloud Nine>(2024)과 함께 각각의 방 안에서 볼 수 있는 드로잉을 선보인다.
전시 제목 ‘블루 아워 (Blue Hour)’는 프랑스어 “l'heure bleue”에서 유래한 표현으로, 보통 어스름이 땅의 열기를 식히는 시간이나 어둠이 서서히 물러나고 여명이 떠오르는 시간대를 의미한다. 해당 전시 제목은 작가가 오랜 시간 유지해 온 수행자적 태도와 창작 과정에서 발생 하는 변화, 그리고 작품 속에 관객의 시간을 포용하는 형식으로부터 착안되었다. 작가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개인에게 일어난 슬픔과 그로 인한 상처와 고통의 기억을 부 서진 사물의 잔재(사고 현장의 유리 파편 등)나 에너지가 사그러진 흔적(향의 그을림 등), 얇 고 투명한 재료(플렉시 글라스, 레진 등) 등을 통하여 사라진 존재의 공백을 메꾸고 복구하는 작업들로 만들어 왔었다. 파괴되었던 물질을 어루만지고 수집하고 재가공하여 탄생한 작품들은 파괴와 소멸이 끝이 아닌 다른 시작이 될 수 있음을 가시화 하였다. 물질의 순환, 과거와 현재의 순환 속에 구축된 그의 작품은 ‘윤회’의 현시로 보이기도 한다.
작가는 내면으로부터 다수를 향해 확장된 본인의 시각과 감각을 다양한 형태의 작품으로 구현한다. 예를 들어, 높은 층고에서
부터 아래로 내려오는 <구름(Cloud Nine)>(2024)은 공간의 구 조에 따라 그 외형이 재조정되는 설치형 조각으로, 관객들이 마치 문발처럼 가늘고 얇은 레진 조각들 사이를 지나가며 감상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 <돌이 되기 위한 수행>(2024)은 여러 조각의 파편들이 지면의 넓이와 굴곡에 따라 다르게 퍼져 놓이는 장소에 따라 구성이 달라지는 유연함을 보여준다. 빛이 어둠 속으로, 다시 어둠 속에 빛이 서서히 밀려오는 블루아워처럼, 이번 전시는 한 개인의 흐릿한 기억이 연약한 물질과 만나 작품으로 복귀하고, 그의 감각이 실제 공간에서 관객들에게 점진적으로 확장될 수 있는 장으로서 구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