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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Art & Peace Platform

2021, DMZ, Uni마루, 통일부 남북출입 사무소

이성미는 한국 비무장 지대에 존재하는 긴장감과 군사 위협 그리고 자연스럽게 형성된 생태 지역의 이중성을 설치 조각 ⟨Invisible and Visible⟩을 통해 사유한다. 역사적으로는 비극적인 공간이지만, 한때는 많은 사람들이 일상생활을 영위하였던 이곳에서 평화와 생태의 공존을 발견한다. 가장 현실적인 곳이면서도 비현실적인 곳이며, 과거와 현재가 동시에 겹쳐지는 역설적인 공간이다. 비무장 지대에 대한 실질적인 경험이 없는 이들에게 이곳은 이국적이며 서울에서 아주 먼 공간으로 인식된다. 이성미의 신작은 이러한 남북한의 현실을 시각화한 작품이다.

작품은 2개의 스테인리스 프레임으로 구성된다. 각각의 프레임에는 투명한 레진으로 캐스팅된 까칠까칠한 조각들과 염색한 플렉시글래스들이 매달리는데, 이것들은 철조망을 단순화한 형태이다. 자신이 서 있는 곳 너머를 보여줄 듯 보여주지 않는 레진 조각들 앞에서 관람객은 이산가족의 안타깝고 막막한 현실을 엿볼 수 있다. 철조망이 물리적, 심리적 차단을 의미하듯이, 관람자들은 레진 너머 구체화된 이미지를 볼 수 없다. 또한 레진 조각들은 이산가족의 눈물을 형상화한 것으로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폭포처럼 무엇인가 쏟아지는 힘을 발산한다. 작품의 색조는 평화의 색인 블루 톤 그리고 화합과 조화의 색인 화이트 톤의 그라데이션으로 표현되는데 이는 남북의 평화와 조화를 상징한다. 다만, 조각의 축은 좌우대칭을 이루는 형식으로 만들어져 지금까지 평행선을 달려온 우리의 상황을 암시한다. 이성미는 해외에서 활동할 때 사고로 버려진 폐자동차의 유리 등을 조각 재료로 이용해 비극적인 서사로 가득 찬 재료들에 새로운 생명과 활기를 넣는 설치 작품을 주로 제작하였다. 이번 전시에서도 레진은 가까이서 보면 거친 표면을 보여주지만, 멀리서 보면 빛처럼 반짝이는 이중성을 간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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