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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OW MUST GO ON

2018, 두산 갤러리 서울

 

<Unfolding> 시리즈는 시간을 유예시킨 작가의 과거 순간들을 마치 정지시켜놓은 것 같다. “한번 벌어진 일은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라는 작가의 독백이 메아리처럼 공간의 여기 저기를 부딪히다 다시 되돌아 온다. 그의 작품은 지금 이 순간은 과거를 받아들이고 인정함으로 존재함을 지속적으로 인식시켜 주고 있다.

 

외연에 보이는 정적이고 고요한 모습과 달리 이성미의 작품은 매번 역동적인 과정을 거친다. 자연에서 상상하기 힘든 오랜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파도나 바람에 노출되어 모난 바위가 반들반들하게 다듬어진 둥근 조약돌에서 마지막에는 고운 흙이 되는 것처럼 그의 작업 과정은 물리적으로 거칠고 지난하다. 주로 사라지는 것이나, 쓸모 없는 재료들로(자동차 유리파폄, 망가진 우산, 핀, 향의 연기 등) 고정시킬 수 없는 무형의 기억이나 감정을 담아 내고, 반복적인 작업과정을 거친다.

 

산산조각이 난 유리조각들로 작업할 경우는, 그것을 분류하고 조각조각을 맞추고 붙이고, 닦아낸다. 그리고 코팅, 샌딩 과정을 거치며 특정한 표면이 나올 때까지 반복한다. 때로는 어떤 형체를 만들기 위해 뼈대를 만들고, 바르고, 갈고, 코팅하는 등 반복적인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주로 투명하거나 하얀 물성의 재료들을 사용하는데, 이는 작가 개인 뿐만 아니라 그의 작품을 바라보는 이들에게도 최대한 중립적으로 다가갈 수 있고, 작품이 놓인 상황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유연한 접근을 의도하는 것처럼 보인다.

 

작가 개인이 가지고 있는 기억 속의 감정들을 관객이 알아채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매끄러운 표면 이면에 담고 있는 긴 사유의 시간은 작품에서 보이는 구겨지거나 접힌 선들 만큼 선명한 여운을 남기게 된다. 

— 두산인문극장 2018: 이타주의자 Altruist 기획전 THE SHOW MUST GO ON 전시 도록에서 발췌